[일본 여행기] 그저그런 일본 자전거 여행 5일째 :: 2006/07/05 20:59
2006년 4월 19일 수요일 흐림
최고 속도 - 47.2 평균 속도 - 14.9
이동 거리 - 89.69 누적 거리 - 430.9
이동 시간 - 5:59 누적 시간 - 31:37
지출
점심 - 도시락 + 콜라350ml(500엔)
루트
히로시마 근처의 캠핑장 -> Onomichi 근처의 마을공원

늦잠을 잤다.
긴장감없이 잠을 자서 그런지 도저히 일찍 일어날 수가 없었다.
대충 정신을 가다듬고 따끔거리는 양쪽 팔을 살펴 보았다.
전날 반팔을 입고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피부가 빨갛게
부어 있었다.
4월달의 약한 햇빛에도 트러블이 일어나니 앞날이 막막했다.
일단 오사카까지 가보고 여행의 지속여부를 결정하기로 생각했다.
어차피 여행을 포기해도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오사카까지는 무조건 가야했다.
머리를 식히며 천천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행을 계속할지 말아야 할지를...
캠핑장이여서 남의 눈치 볼 필요도 없어 일단 천천히 출발했다.
출발하기 전에 비에 젖은 물건들을 캠핑장 이곳 저곳에 배치하여 말렸다.
여행 첫날의 그 엄청난 호우량으로 방수를 했음에도 여행물품들이
많이 젖어 있었다.

"쓰레기는 가지고 돌아가죠" 정도 될까?

방수커버를 씌어도 페니어가 완전방수를 하지 못해
옷과 좋이들이 많이 젖어있었다. 여권이 무사해서 그나마 다행
전날 캠핑장을 힘들게 올라온 만큼 캠핑장을 벗어날때는 엄청난
속도로 낼려 갔다. 5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내리막을 내려가니
아침공기가 참으로 신선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내려가는 도중에
핸들삑사리가 나면 죽는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등골 오싹한 기분도 잠깐 캠핑장을 조금 벗어난 후부터 엄청난
언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덕을 오르면서 생각난건 오로지 하나 '이 산만 넘어가면 점심이다!'
그렇다, 자전거 타는 도중에 힘들면 먹을 것을 생각했다.
점심을 먹기전에 힘들면 '점심먹을 때까지만 버티자!'
저녁을 먹기전에 힘들면 '저녁먹을 때까지만 버티자!'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니 몸도 조금은 편해지는 거 같았다.

점심을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느긋하게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날씨가 흐린탓에 점심인데도 불구하고
초저녁같은 분위기가 났기에 전혀 즐거운 기분이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 달리고 보니 바다가 보였다.
사찰성지로 유명한 시코쿠로 넘어가는 다리도 보이고 가끔 배가 지나가는
것도 보였고 소금 비린내가 묻어나는 바람도 불었다.
날도 점점 어두워지고 날씨도 흐려 서둘러 캠핑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난감했다. 전혀 캠핑할만한 장소가 없었다. 날이 어둡고 흐려 다급한 나머지
역 주변의 경찰서에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헉... 아무도 없다.' 한번더 큰 소리로 '실례합니다'를 외치고 나니
경찰 2명이 천천히 경찰서안의 방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을 향해서 발음도 잘 되지 않는 일본어로 천천히 또박또박
성심성의것 말했다.
" 죄송하지만 이 주변에 캠핑장이나 캠핑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아주 쌀쌀맞은 말투로 짧게 대답한 그들은 볼일
다봤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눈치를 나에게 줬다. 더이상 이곳에 볼일도 없기에
대충 건성으로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누가 일본 경찰이 친절하다고 했는가? 역시 제비뽑기다. 친절한 사람 걸리는 것도

이 대교로만 넘어갈 수 있다.

예전에 비디오게임에서 봤던 학교와 비슷해 보여 찍었다.
고등학교 치고는 시설이 제법 좋아 보였다.
일단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다 보면 캠핑 할만한 곳이 나오겠지 생각하며
열심히 달렸다. 역시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때마침
싸이클을 타는 아저씨를 만났다. 일단 그분도 자전거를 취미로 타는 사람이니
자전거 여행자에게 쌀쌀맞게 하진 않을거라 생각하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일본을 여행중입니다. 주변에 캠핑할 수 있을만한
공원이 없을까요?"
아저씨께서 잠시 생각하시더니 "따라오세요!" 라고 하며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잠자리 해결이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아저씨께서는 짐이 많은 자전거 여행자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마이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았다. 그래도 점점 사이가 벌어 졌다...
겨우 겨우 뒤쫓아 공원에 도착했다. 아저씨께서는 공원에 도착하자 바로 작별인사를 하고
공원을 떠나셨다.
일단 공원 주변을 살펴 보았다.
마을 공원치고는 규모가 컸고 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넓게 잔디가 깔려 있고
놀이 시설도 설치되어 있고, 벤치도 많이 설치 돼 있었다.
대충 공원 전체를 살펴본후 서둘러 텐트칠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아직 공원에서 놀고 있는 사람도 많았고 해도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기에 저녁부터
먹고 천천히 텐트를 설치했다.


이 윗도리를 여행내내 자전거 탈때 입을 거라고는 이때는 생각도 못했다...
몸이 피곤해 일찍 자려고 하는 순간 텐트 밖에서 노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내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기타를 들고 공원을 걸어 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맘 같아서는 나가서 '야이 XX야 잠좀 자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노래실력도 수준급, 기타실력도 수준급, 멜로디도 듣기 좋아 참았다.
일본어를 못해서, 공원에서 쫓겨날까봐 아무소리 못한건 절대 아니다.
노래가 끝날때까지 매트리스위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단한 하루를 정리했다.



